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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죽음이다4

書娥 詩人 2011. 3. 25. 04:33

 

이것이 죽음이다. 들향기 
  

그는 방안으로 들어와 시체가 아직 그곳에 있는 것처럼 불쾌하고 기분 나쁜 표정으로 의자를 놓고 올라서서 힘들여 남은 밧줄을 풀었다. 그는 밧줄을 주머니에 넣은 뒤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의자를 원래 있던 방구석에 놓은 다음 바닥에서 열쇠를 주워 자물쇠에 꽂고 침대 옆의 스탠드 불을 끈 뒤 문을 닫고 방에서 나갔다.

 

  나는 이제 문 밑의 가는 틈을 통해 들어오는 한 가닥 불빛과 시계의 야광 숫자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 있게 되었다. 일 분이 얼마나 길던지 ! 시계는 내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꼼짝 않고 기다리다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을 때 까지 또 참고 나서도 더 오래 기다려야 다음 숫자로 넘어갔다. 1 분 1 분이 매번 그런 식이었다. 한 시간에 예순 번씩 매시간 그리고 밤새도록 말이다. 이렇게는 하룻밤도 참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영원한 시간을 견딘한 말인가?

 

  머릿속의 고뇌와 고통은 또 어떻게 견뎌야 한단 말인가? 그것은 육체적인 고통보다 훨씬 심했고 완전히 몰아낼 수도 없었다.

에밀리와 그레그에 대한 내 짐작은 맞았지만 동시에 가망없이 그리고 어처구니 없이 틀리기도 했다. 나는 내 인생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고 내가 죽는 이유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 역시 틀린 생각이었다. 나는 변화가 생기기를 얼마나 절심히 원했던가. 그리고 더 이상 무언가를 하기가 얼마나 불가능할 만큼 어려웠던가, 나의 모든 행동은 이것을 향해 있었고 결국 이것으로 끝이났다. 처절한 후회, 그것은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고통스러워하며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으며 언제 이 기다림이 끝날지도 모른 채 밤을 지샜다. 에밀리 의 여동생과 매제가 도착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고 웅얼거리는 이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토니와 그레그가 떠났다. 오래지 않아 손님 방의 문이 열렸지만 거의 즉시 다시 닫혔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내 복도의 불이 꺼졌고 그러자 전자시계의 숫자를 제외하고는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웠다.

 

  다음에는언제 에밀리를 보게 될가? 그녀가 다시 이 방에 들어올까? 처음만큼 끔찍하진 않겠지만 상당히 끔찍해할 게 틀림없었다.

  새벽이 되면서 창문이 희뿌옇게 밝아왔고 어둠 속에서 방 안이 점차 흐릿하고 고요하며 침울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날씨가 흐린 탓인지 환해지지는 않았다. 1 분 1 분의 시각이 시계에 나타나며 그날 하루가 천천히 흘러갔다. 누가 방에 들어올까 겁이 날 때도 있었지만 누구라도 무엇이라도, 심지어는 에밀리라도 들어와서 이처럼 끝도 없는 지루함을 끝내 주기를 기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은 아무 일도 없이 어떤 소리도 어떤 움직임도 없이 지나갔다. 에밀리는 진정제를 먹고 계속 자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황혼 무렵이 가까이 되어서, 전자시계가 6 시 52 분을 가리켰을때 문이 다시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처음에 나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화난듯 무뚝뚝하고 단호한 표정을 한 그는 쿵쿵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침대 양 옆에 있는 스탠드를 켜고 필요 이상으로 세게 방문을 닫은 뒤에 열쇠를 열쇠 구멍에 꽂아 넣었다.  그의 동작은 야만적일 만큼 거칠었다.

그가 문에서 몸을 돌릴 때 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랐다. 그는 바로 나였다. 나 말이다 ! 나는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

  그런데 그가 무엇을 들고 있단 말인가? 그는 방 한 구석에 있는 의자를 집어 들고 방 한가운데로 와서 의자 위에 올라섰다.

 

  안돼! 안돼!

그는 들보에 밧줄을 묶었다. 밧줄 다른 쪽에는 이미 올가미가 매여 있었다. 그는 그 안으로 머리를 밀어 넣고 목 주변을 단단히 조였다.

하느님 맙소사, 안돼!

  그는 의자를 발로 차 냈다. 의자를 차 버린 순간 나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그러나 중력이 나의 이런 바람을 무위로 되돌렸다. 바닥에 쓰러진 의자가 혼자 똑바로 설 리도 없었다. 87 킬로그램이나 나가는 내 몸이 목에 감긴 두꺼운 밧줄에서 끝도 없이 아래로 처졌다.

 

  물론 아팠다. 끔찍한 통증이 내 목을 조여왔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뺨이 부어오른다는 사실이었다. 시뻘겋게 부풀어 오른 둥그런 내 뺨이 내 눈에도 보일 지경이었다. 나는 고통에 찬 눈으로 문을 응시했다. 누군가 들어와 나를 구해 주기를 기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집 안에 아무도 없으며 만약을 대비해서 문을 단단히 잠가 두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두 다리가 허둥거리며 휘휘돌았고 그래서 문을 봤다 다시 창문을향해야 했다. 나는 벌벌 떨리는 두 손으로 밧줄을 움켜잡고 몸부림쳤다. 그러나 밧줄을 늦출 수 없음은 물론 밧줄이 살 속으로 너무 깊이 파고들어 찾기도 힘들었다.

 

  나는 겁에 질려 허둥거렸지만 동시에 내 머리의 일부는 멀리 떨어져서 날 차분히 지켜보는 듯했다. 그러다 내가 방 모든곳에 동시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내 육신 안에 있으면서 동시에 그곳을 벗어나 내 몸의 광포한 경련과 두꺼운 밧줄과 육중한 들보, 경련하는 내 몸을 벽 뒤에 두 개의 그림자로 드리운 어울리지 않는 침대 옆 스탠드 한 쌍, 잠긴 방문 그리고 흰커튼이 남김없이 드리워진 창문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이 죽음이다.